단문 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110121 눈 내리는 창가에서 일요일이지만 세금 낼 걱정이 돼서 당산동 사무실에 나왔다. 부가가치세 신고 마감일이 며칠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행과 완행전철이 동시에 왔지만 송내역에서 완행전철을 탔다. 지난해 소천하신 법정스님이 쓰신 책, 오두막편지를 읽으면서 당산역에 내렸다. 출구 계단을 내려오다 보니 눈발이 제법 굵다. 출구에 들어선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고 옷깃에 내린 눈가루를 툭툭 턴다. 왼쪽 구석에는 거렁뱅이 아저씨가 요 며칠 꿈쩍않고 앉아있다. 동냥 바구니엔 동전대신 빈 눈만 쌓인다. 하지만 은행앞은 분주하다. 노점 아저씨가 과일 좌판에 비닐을 덮느라 허둥지둥 이리뛰고 저리 뛰고... 그 옆에는 과자트럭이 서있는데 짐칸에 생과자가 하나 가득하다. 과자점 아저씨, 일요일에 눈까지 온다며 한숨을 내쉰다. 생과자 두 봉지를 샀다.. 더보기 110120 세상에서 가장 허망한 꿈 새로 구입한 승용차를 여친에게 자랑하기로 했다. 람보르기니 라벤톤. 문짝이 자동으로 여닫히는 아주 날렵하게 생긴 이태리산 명차다. 대략 13억원 정도 지불한 것 같다. 전 세계에 20여대 밖에 없다고 하니 그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까르띠에 가방을 든 늘씬 미녀가 에르메스 스카프를 휘날리며 람보르기니를 발견하자 씨익 미소를 날린다. 마릴린을 닮은 러시아 출신의 여친. 운전석 왼쪽에서 세번째 버튼을 눌렀다. 마치 날개를 펴듯 문짝이 스르르 하늘로 들렸다가 미녀를 태우고는 자동으로 닫힌다. 잠시후 람보르기니는 나폴리 해변을 미끄러지듯 달린다. 따사로운 봄볕아래 지중해의 쪽빛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클로스투유 라는 카펜터스의 노래가 차안을 가득 채운다. 람보르기니는 지중해 바닷가를 40분쯤 달려서 동쪽.. 더보기 110118 돈 벌지 말고 창작을 해야하는 이유 성공의 의미가 뭘까? 돈을 많이 버는 것?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성공일까? 그래 성공이야. 돈을 버는 것이 목표였던 사람이라면 말이야. 하지만 돈을 벌었는데 불행해졌어. 예컨데 돈을 버느라고 가정을 돌보지 않았더니 가족이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든지. 돈 버는데 올인했더니 몸이 망가졌다든지. 그래도 성공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라나? 의미없는 성공이겠지. 그래서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목표인 사람은 아마 많지는 않을꺼야. 돈 버는 재미가 하도 쏠쏠해서 죽을똥 살똥 모르고 일만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벌꺼야. 돈 벌어서 가족 먹여 살리고 생일날 좋은 선물해 주고 자녀들 공부시켜 좋은 직장에 취직시키고... 뭐 그런데 쓰려고 돈을 벌꺼야. 맛난 것, 명품 선물, 그런 것을 주면 내가.. 더보기 110115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을까? 사실 일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3월에 출간할 내 문집 때문에 하루의 절반 이상을 원고 쓰는 일에 보내고 있는데요. 글 소재를 찾기 위해 옛 일기장이나 수첩을 뒤적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다른 일은 아예 생각조차 안 날 정도로 몰입됩니다. 그런데 20일 까지 납품하기로 한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이 은근히 나를 괴롭힙니다. 결국 방송프로그램을 후다닥 해치우고 원고 쓰기에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더보기 110112 수술을 앞둔 친구에게 절친한 친구가 오늘 목디스크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한다네요. 뭐 흔히 있는 목뒷근육 결림 쯤으로 알았는데 아주 많이 아팠던가 봅니다. 접골이란 데를 다니면서 오히려 병을 키웠는지 손발 마비증상까지 생겨서 결국 오늘 아침 일산백병원에서 수술을 한다네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의 목 뒷근육도 뻐근한 걸 보면 지금 막 그 부분을 수술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수술 뒤에는 모든 잔병들이 씻은 듯이 사라져 오히려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네 곁에 나란히 서고 싶을 뿐이야 내가 힘들 때 네가 내곁에 와서 나란히 섰듯이 나도 네가 어려울 때 네 곁으로 달려가고 싶다. 그저 말없이 손을 잡아주고 싶다. 마주 잡은 손끝으로 다만 따듯한 내 마음이 네게로 옮겨지길 바랄 뿐이야. 그냥 살포시 안아주고 싶다. 어쩌면 텅.. 더보기 110110 먼지가 뽀얗게 앉은 내 보물 가방 처음으로 일기를 쓴 날은 1977년 8월1일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막 시작되었을 때 였지요. 그로부터 33년5개월. 해마다 한 두 권씩 쌓인 일기장이 얼추 30여권쯤 됩니다. 1994년에 인천으로 이사오면서 여행가방에 따로 보관하기 시작했지요. 제 소중한 역사이니까요. 마침 며칠동안 여유가 생겼길래 일기장이 보관된 가방을 장롱 위에서 꺼냈습니다. 먼지가 뽀얗게 앉았구요. 가방이 여기저기 녹이 쓸었습니다. 지퍼에도 곰팡이가 앉아서 잘 열리지 않고요. 가장 오래된 것 부터 찬찬히 들춰 봅니다. 제 과거사도 되돌아보고 올해 안에 출간하기로 한 개인 문집의 글감도 찾을 겸 해서 말입니다. 유치하고 낯 부끄러운 기록들도 있지만 슬그머니 웃음이 나는 기록들이 제법 많네요. "그땐 그랬었나?" "이 건 .. 더보기 110107 취객소동 이상한 소리에 새벽 잠이 깼다. 누군가 문을 열려고 자물쇠 버튼을 누르고 있다. 삑삑 소리가 거듭해서 난다. 이 새벽에 우리집에 찾아 올 사람이 있던가? 때로는 문발치를 발로 툭툭 걷어차기도 한다. "누구세요?" "...." 잠시 후, 문이 또 삑삑거린다. 아무래도 취객인 거 같다. 인터폰을 켰다. "누구십니까?" "예, 죄송합니다." 인터폰 화면에 잡힌 젊은 남자. 30대 중반쯤 되었을까. 술이 잔뜩 취했다. 지금 시각 5시20분... 어디선가 여태껏 술을 마셨다면 저렇게 취할 만도 하지. "누구신데 이 시간에 남의집 문을 두드리는 거요?" "예, 죄송합니다..." 어디론가 뚜벅대며 가는 소리가 난다. "에이 씨, 어쩌라는 거야?" 작은 방 창 넘어로 투덜대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이제 제 집을 찾아가.. 더보기 110104 올핸 저지르자. 올핸 저질를까 어쩔까? 누군가의 묘비명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줄 알았어." 우물쭈물하지 말고 올핸 저지르자. 우선 저지르고 보자. 나도 한번쯤은 전성기를 구가해야 할 것 아니냐? 잠시잠깐 반짝하는 것에 그칠지라도 스포트라이트를 좀 받아봐야 할 것 아니냐? 우선순위 건강을 지킬 것. 작은 행복을 소중하게 여길 것. 큰 일을 우선할 것. 더보기 101226 이럴 때 글을 써야해요. 기분이 약간 들떠 있지요. 업 돼있다고들 하지요. 3박4일동안 중국에서 온 vip들을 동행 촬영하는 일을 거의 완벽하게 해 치웠거든요. 그 사람들도 내가 프로페셔널이라는 걸 인정했어요. 중국 손님들의 눈빛에서 그 걸 읽을 수 있었거든요. 공항에서 중국 vip들을 전송하고 서울 관광협회의 담당 팀장을 흡족하게 인터뷰 하고 오후 2시 쯤 촬영일정이 모두 끝났지요. 두 가지 부문에서 만족스러웠어요. 우선은 내가 그네들에게 충분하게 좋은 인상을 심었다고 생각해요. 케이블 방송에서 나온 허접한 애송이 피디가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지닌 능수능란한 방송제작 프리랜서로 그들에게 강렬하게 어필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 다음은 함께 수행한 국내 스텝들에게도 진장한 프로페셔널이 어떤 것인지 보여 줬다는 내 나름대로의 평가... 더보기 101210 외로움과 그리움... 아주 어렸을 적 외로움에 떨면서 부르던 노래가 있습니다. 두 소절로 이뤄진 이 노래를 뒷동산에 나무하러 가서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함박 눈이 하얗게 내리는 겨울 산밭을 내려다 보면서 말입니다. 사각거리며 하염없이 눈은 내리고 있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텅빈 겨울 산밭. 잡초들의 말라 비틀어진 머리맡으로 함박눈이 소복히 쌀일 때 사무치는 그리움을 느꼈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외롭고도 지루한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외로움과 기다림은 길고 지루하지만 반갑고 기쁜 것은 삽시간에 사그러 듭니다. 만약 그 반대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반갑고 기쁜 일은 마냥 길어지고 외로움과 그리움은 나날이 짧아진다면... 하지만 그것은 이 무심한 세상에서는 얼토당토 않은 바람인 듯 합니다.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