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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일기

100910 오늘처럼 장맛비가 퍼 부으면... 장맛비가 내리면 툇마루에 걸터앉아 끝도 없는 상념에 잠기곤 했었지. 봉당끝에 대디미돌 아래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내년 이맘때면 내가 중학생이 되어 있을까. 아부지는 병을 이기고 일어나실까. 엄마는 비맞으면서 산밭에서 일하고 계시겠지... 난 어려서부터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애. 난 초저녁 잠이 많아서 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곤했는데 이따끔씩 먼동이 틀 때 개미데미께 들판으로 산책을 나가곤 했었다. 어스름한 논두렁을 걷고 있노라면 뜸북이가 텅벙대며 길동무가 돼 주기도 했고 뒷동산에선 쏙독새가 쏙독거리며 아침이 어서 밝아오기를 재촉했었지... 오늘처럼 억수같이 비가 내리면 한적한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서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듣고 싶어진다. 오만가지 잡생각 일지라도 긴긴 .. 더보기
100907 5분짜증 송내역에서 헐레벌떡 신도림행 전철을 줏어 탔는데 아 글씨 요놈이 신도림까지는 안가고 구로역에서 운행을 그만한다네... 중간치기 역인 개봉역에 내려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데 5분을 기다려도 오지를 않네. 슬그머니 짜증이 나더라. 나는 이걸 5분 짜증이라 부른다. 짜증이 늘었다는 건 세상살이가 쬐매 힘들다는 얘긴 거 알지? 느지막히 도착한 열차엔 사람들이 초만원이다. 목적지에 늦게 도착하고 짐짝처럼 구겨진 채 가야 하고... 이거 뭔가 손해보는 느낌. 둘 중에 하나는 해결됐어야 하는 거 아닌감. 세 정거장만 가면 신도림 역이니 그냥 짐짝 처럼 가자. 등 떠밀려 신도림역에 내리니 이번엔 환승계단이 무척 복잡하다. 공익요원들이 통로를 확보하느라 무진 애를 쓴다. 사실 내가 개봉역에서 5분 짜증을 낸 건 바로 이같.. 더보기
100905 곱등이 소란. 그제 저녁 밤을 샌 탓에 어제는 일찍 들어와 잠을 청했다. 잠이 약간 들었을까? "엄마야! 곱등이가 들어왔어!" 딸아이들 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총알같이 일어나 방으로 가보니 귀뚜라미 한마리가 말썽을 부린 거 였다. "벌레란 건 징그럽거나 무서운 게 아니야." "귀엽지만 함께 살기에는 좀 부담스러울 뿐이지." 딸들에게 또 한차례 잔소릴 하고 이내 잠자리에 든다. 곱등이란 녀석들이 이상번식 한다는 보도가 나간 뒤 그거 보고 딸아이들이 겁을 먹은 모양이다. 딸들을 보호하려는 강한 본능이 내 속에 있다는 걸 느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