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문 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101024 춘천마라톤 D-0 송내역에서 6시1분에 용산행 급행 전철을 탔다. 열차는 순조롭게 잘 달렸다. 노량진에 내려서 완행 전철로 갈아탈 때까지 7시2분발 남춘천행 열차를 청량리 역에서 못 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넉넉한 시간은 아니지만 5분 정도 여유가 있겠다 싶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전철은 서울역에 진입하면서 2분 대기. 종각역에 접근 하면서 2분 찔끔찔끔... 노심초사하기 시작했다. 초시계를 눌러 놓고 정거장마다 경유시간을 재본다. 종로3가에서 문 여닫는 시간 25초. 동대문에 도착해서 다시 문 열때까지 1분 50초. 청량리 지하역에 도착했을 땐 이미 7시2분. 남춘천행 열차가 출발하기로 한 시각이다. 전철에서 내리지 않았다. 지하역에 내려 청량리 민자역까지 뛰어 가는데 적어도 1분30초는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청량.. 더보기 101023 춘마 D-1 오늘 세 가지 유혹이 있었다. 홍천에서 열리는 철인 3종 경기를 촬영취재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여러가지 일정을 감안해 볼 때 내일 마라톤하는 데 지장을 줄 것 같아서 핑게를 대고 부탁을 거절했다. 상색동문회에서 불기산 산행에 동행해 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참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재경 가평군민회가 주관하는 산행이었는데 상색의 불기산을 목적지로 정했으니 상색동문들이 많이 나와야 동문회 위신이 선다는 것. 하지만 이 마저도 내일 마라톤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뿌리쳤다. 뒤풀이 자리로 예정돼 있는 불기산장에 가평 선후배들과 마주 앉으면 고주망태로 취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유혹은 끝내 뿌리치지 못했다. 사무실 사람들과 같이 하기로 했던 북한산행이다. 이북5도청에서 비봉에 올랐다가.. 더보기 101020 춘마 D-3 저녁 9시반부터 잠을 청했다. 아침 6시까지 9시간을 잤다. 몸이 가뿐해졌다. 장수천 물가를 2km쯤 천천히 달렸다. 몸이 회복되는 느낌이긴 한데 아직 완전하진 않다. 아침에 대변을 본 것이 다행이다. 더보기 101020 춘마 D-4 10km를 달리려고 8시 정각에 5k출발선을 통과했다. 달리자마자 아랫배가 묵직하다. 어제 저녁에 마신 막걸리 탓이다. 계속 달릴 수가 없었다. 집에 들어와서 설사 비스무리한 대변을 보고 책상앞에 눌러 앉았다. 어제 오후 4시쯤 친구에게서 문자메세지가 왔다. "저녁에 막걸리나 한 잔 할까?" 한참을 망설였다. 춘마를 며칠 앞두고 술을 마신다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네가 당산동으로 오면 난 바로 퇴근할 수 있다." 결국 술자리 제의를 거절하지 못했다. 벌써 몇 차례 약속을 물렸었기 때문이다. 당산빈대떡에 자리잡고 앉자마자 친구에게 말했다. "나 요즘 술 마시면 안되는데..." "왜, 무슨 보약이라도 먹는 거냐?" 술자리에 불러 놓고 왠 술맛 떨어지게 하는 소리냐고 반문하는 친구에게 "낼 모.. 더보기 101019 춘마 D-5 지나 주 3편을 몰아치기로 납품하면서 무리하게 일했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다. 지난 주 토요일엔 비하면 많이 회복된 셈이지만 여전히 몸은 무겁다. 특히 왼쪽 고관절과 오른쪽 무릎이 약간 뻐근하다. 어제밤 일찌감치 잠을 청해 따듯한 방에서 푸욱 잔 것이 그마나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도우을 준 것 같다. 준비 운동을 마치고 수련관앞에서 뜀박질을 시작했다. 오늘도 어제 처럼 천천히 달리면서 몸 상태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4km를 달리기로 한다. 1km지점을 지날 때 몸이 아직 덜 달구어 졌음 을 느낀다. 신발이 무겁고 왼쪽 고관절이 부드럽지 못하다. 마라톤 3시간 30분 대 완주. 이걸 포기하기 위해서 미리 구실을 마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몹시 경계해야 할 나태심리다. 4km 뜀박질을 마므리 하면서 춘마코.. 더보기 101015 햇살이 너무 고와서 눈물 나던 날... 한 열흘 무쟈게 바삐 지냈다. 사흘 밤 새고 지방 출장 다녀 오고 3편 납품하고... 모처럼 얻은 여유. 이 소중한 나의 시간.... 10시간 쯤 잤다. 피곤했던 몸, 지쳤던 마음이 상쾌한 아침으로 깨어났다. 인천대공원으로 달음박질 했다. 아침햇살이 너무 곱다. 장수천 물가에 코스모스들이 반짝 거린다. 언제 이렇게 많이 자랐을까? 좋은 친구들을 대공원으로 초대하겠다는 약속 날짜가 다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대공원에서 휠체어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날. 수석공원에 휠체어들이 속속 도착하고 군악대가 분위기를 띄운다. 날씨 만큼이나 밝은 표정을 짓는 휠체어 장애인들... 그분들이 365일 오늘 처럼 기쁘고 행복하게 살았음 좋겠다. 촬영 취재를 마치고 만수3지구에 사신다는 비디오 동호인을 만났다. 한국통신.. 더보기 100926 이틀밤을 꼬박 새우면서 편집을 하다보면 욕심이 생긴다. 이걸 붙일까? 저걸 붙일까? 어떤 화면을 먼저 붙이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내용이 확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심사숙고해야 한다. 특히 잘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일 수록 그 고심의 강도는 더욱 세다. 고작 20분을 편집하는데 이틀 밤을 꼬박 새웠다. 지금은 정신이 흐리멍텅하다. 좀 쉬어야 겠다 싶어서 불로그에 단문 일기를 쓴다. 이렇게 열심히 편집해서 작품을 완성하면 가슴속에 뿌둣함이 생겨야 한다. 사실 그렇지 못하다. 4일정도 촬영하고 3박4일 편집해서 납품해 봤자 내 손에 쥐어지는 돈은 고작 80만원. 그것도 한달 뒤에나 받을 수 있다. 20여년 방송일에 종사한 기술료는 고사하고 인건비 조차 건질 수 없다. 돈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방송국에 납품해서 전파를 타고 .. 더보기 100918 왼쪽 가슴에 달린 주머니 추석연휴가 시작된 토요일.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느지막히 사무실에 나왔다. 배가 몹시 고픈 걸 보면 점심부터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내 충실한 일꾼, 애플 맥에게 영상캡처 일을 맡기고는 당산역쪽으로 나섰다. 오늘은 왠지 짭잘하고 매콤한 갈치 조림이 먹고 싶다. 갈치조림이 준비되는 동안 노희경 작가의 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읽기 시작했다. 줄을 쳐가며 책을 읽는 습관이 있다. 마침 가슴에 와 닿는 귀절이 있길래 볼펜을 찾으니 늘 왼쪽가슴에 꼽혀 있던 볼펜이 없다. 갈치조림을 맛있게 먹었다. 길 건너 알파 문구에 볼펜을 사러 갔다. 먼저 손에 잡힌 것은 파이롯트에서 만든 수퍼빅볼. 난 볼펜심이 굵은 1.6을 좋아 한다. 굵고 크게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요즘 .. 더보기 100917 밤 주우러 갈 때처럼 안개가... 밤벌을 아시나요? 밤나무가 수십 그루 자라는 널찍한 들판을 일컫는 말이지요. 어렸을 적 밤벌 근처에 살았습니다. 가을이 되면 밤이 영글고 밤이 영글면 밤송이는 스스로 벌어져 알밤을 땅바닥으로 쏟아 냅니다. 여동생과 나는 새벽에 일어나 밤벌로 알밤을 주우러 가곤 했습니다. 어제 낮에 보아 둔 아람 벌어진 나무 아래를 동네 아이들보다 먼저 차지하려면 졸린 눈을 부릅떠야 합니다. 날이 채 새지 않은 동구밖 오솔길로 종댕이를 차고 달렸지요. 오솔길에는 늘 안개가 자욱했고요. 새벽 이슬의 촉촉한 감촉이 덜 깨인 잠을 쫓아버리곤 했지요. 풀섶아래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탐스런 알밤을 줏는 재미에 비하면 이따끔씩 밤 가시에 찔리는 아픔 쯤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오늘도 그 때 처럼 장수천 물가에 안개가 자욱합니다. 코.. 더보기 100913 시련은 나를 단련시키는 큰 손 아침마다 뜀박질하며 싱싱한 자연을 만납니다. 인천 대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장수천이 있는데요. 태풍 곤파스와 며칠 내내 계속된 폭우로 하천 풍경이 엉망입니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버드나무들은 쓰러지고 밑둥이 병들었던 벚나무들은 여러 그루 부러졌지요. 세찬 바람에 가지가 꺽인 메타세콰이어도 있고요. 하천은 또 어떤지요. 물길을 내느라 하천변에 묻었던 큼지막한 돌들이 하류로 밀려 내려가 물길을 막았고 수현교 아래 물웅덩이는 모래가 쌓여 불룩한 배를 내밀고 있어요.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잘라내고 치우고 하지만 오히려 하천이 자연스러워 졌다고 생각됩니다. 물길이 조금 꺽이거나 여울이 급해지긴 했지만 튼튼한 나무, 건강한 물고기들만 살아남은 듯 합니다. 이제 이번 시련이 자연 치유되면 장수천.. 더보기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