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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일기

100926 이틀밤을 꼬박 새우면서


편집을 하다보면 욕심이 생긴다.
이걸 붙일까? 저걸 붙일까?
어떤 화면을 먼저 붙이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내용이 확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심사숙고해야 한다.
특히 잘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일 수록
그 고심의 강도는 더욱 세다.

고작 20분을 편집하는데
이틀 밤을 꼬박 새웠다.
지금은 정신이 흐리멍텅하다.
좀 쉬어야 겠다 싶어서
불로그에 단문 일기를 쓴다.

이렇게 열심히 편집해서
작품을 완성하면
가슴속에 뿌둣함이 생겨야 한다.
사실 그렇지 못하다.
4일정도 촬영하고
3박4일 편집해서 납품해 봤자
내 손에 쥐어지는 돈은 고작 80만원.
그것도 한달 뒤에나 받을 수 있다.
20여년 방송일에 종사한 기술료는 고사하고
인건비 조차 건질 수 없다.

돈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방송국에 납품해서
전파를 타고 나면
내게 남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냥 시청자들이
"그 프로그램 잘 봤네."
하는 정도에 만족해야 한다.

방송일은 다분히 소모적이다.
시답지 않은 다큐멘터리는 더욱 그렇다.
역사에 기록될 만한
획기적인 대작을 만들지 않는 한
가슴에 남는 것도 없고
저작권도 내게 주어지지 않는다.
대작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지상파 방송에 종사하는 일부 프로듀서들에게나
주어지는 특혜나 다름없다.
아직까지는 그랬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니
이같은 나의 오래된 울분을
수습해야 한다.

돈에 얽매이지 않고
대작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까?
저작권이 내게 주어지는
프로그램만 만들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