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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필통

부뚜막에서 거낸 운동화 내용 머리글 유년의 장 미루나무가 서 있는 논두렁길로 사뿐사뿐 봄이 오면 -상색리 영가리 - 철둑을 넘어 논두렁길로 내달려서/ 물 장마가 주저앉은 영가리 벌판/ 알밤 줍기/ 상색역 가는 길/아버지 100년 나 50년/ 옥시기 빵과 나머지 공부/설빔/미루나무가 서 있는 논두렁길(시)/편지 대필/천렵/크림빵과 월남기차/밤나무 장작과 양철 변또 /친구의 진심을 들여다보고 싶다 소년의 장 내 마음을 가로질러 가평으로 흐르는 강 -가평 가이사 - 실개천을 따라 하색 들판을 가로질러/내 마음에 흐르는 강(시)/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자두나무 동산에서 널 기다릴게/ 사진 찍으러 가는 길/볼펜으로는 노트필기만 해라/교련시간에 웬 포크댄스/추석이 다가오는 도랑물가/배불뚝이 수학시간/ 마음만은 절대 늙지 말아야지/떨어지는 .. 더보기
120920 고단한 새벽전철 어제의 피로를 고스란히 둘러멘 채 새벽 전철이 노량진으로 달린다. 틀켜 쥔 수험생 단어장 위로 자투리 졸음이 쏟아지고 야채시장 아지매 보따리엔 아이들 걱정이 주섬주섬 묶였다. 경비 교대하러 가는 노인들 앞자리에 앉아 나란히 졸고 빌딩 청소하러 가는 할머니들 자리 신경전이 치열하다. 모자 쓰고 가방 든 새벽 일꾼들이 신도림에 후다닥 내린다. 2호선으로 급행전철로 일터를 향해 냅다 달리는 도시 서민들... 더보기
120421 비오는 날의 잡생각 오늘은 참 글쓰기 좋은 날이다. 일이 없는 토요일인데다 꼭 가야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제법 기운 센 봄비가 온 마을을 적시고 있기 때문이다. 일과 외출의 부담을 떨쳐냈으니 차분하게 책상머리에 붙어 앉아 글이나 써야 겠다. 나들이를 계획했던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이 빗발치는 대공원 길. 한적해서 오히려 난 좋다. 우산을 받쳐 들고 빗물 흥건한 황톳길을 골라 밟으며 천천히 걷는 즐거움. 비둘기는 벚나무 가지에 앉아 그윽하게 울고 흐드러진 벚꽃은 봄비를 머금고 배시시 웃는다. 시쳇말로 분위기 쥑인다. 무릇 시인이라면 흥에 겨워 시 한 수 읊조릴만하다. 그만한 실력이 없는 나로서는 그냥 중얼대는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향해 나긋나긋 고백하기도 하고 잘 들어줄 것 같은 누군가를 생각하며 조근조.. 더보기
내 마음에 흐르는 강 내 마음에 흐르는 강 초록 박 종 선 두밀 새밀 골짜기를 쫄래쫄래 나선 어설픈 강. 마실 가 듯 흐느적거리며 샛 두밀 한산모루로 이어지던 강. 12굽이 대금산 계곡을 돌아 살강베르 바위벼랑에서 마침내 호랑이를 떨쳐낸 강. 밤벌아래 사슴목장을 지나 소풍나온 꼬맹이들 가슴속으로 흐르던 강. 영호네 쇠다리를 머리에 이고 흥주네 돌다리를 옆구리에 차고 미영네 낭떠러지 텃밭을 야금야금 훑으며 중뽀대로 달리던 강. 밤 메기 우글거리던 웅렬네 방천을 돌아 콸콸 우당탕 벌태봉 한복판으로 흐르던 강. 시작종 소리 땡땡 거리는 봇도랑을 따라 상색초등학교로 달리던 강. 어린 맘 풍덩거리는 뒷개울을 지나 밤나무 아래로 펑퍼짐하게 흐르던 강. 기름종개 빠가사리 보듬고 방첩대 여울을 건너 은이네 선희네 빨래터로 물안개를 띄우던 .. 더보기
110721 마음의 샘 샘물은 돌틈새에서 솟구쳐 나와 구정물을 맑게 하고 천리 물길을 만듭니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틈새 즉, 여백 이나 여유가 있어야만 마음의 샘물이 솟아 오르게 마련입니다. 마음의 여백을 만들려면 휴식도 필요하구 건강도 필요합니다. 온종일 근심걱정,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이일 끝나면 저일, 잠깐 집에 들렀다가 나와서 또 일... 이러면 마음의 여백이 안 생깁니다. 몸에 병마가 들어 여기저기 쑤시고 저리면 마음이 안정 될리 없습니다. 역시 마음의 여백이 생길 수 없다는 것이지요. 마음에 여유가 생기지 않으면 즉, 마음에 틈서리가 생기지 않으면 샘물이 솟아날 틈이 없는 것입니다. 마음이 촉촉해 지지 않고 메마르게 되지요. 그러면 병들게 되고 영영 샘물을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여.. 더보기
110222 마음이 편한 삶 승용차가 생기면서 이동이 편해졌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한 달음에 달려 갈 수 있다. 함께 있으면 행복해지는 사람들을 싣고 여기저기 다닐 수 있다. 출근 길도 편하다. 버스 지하철 갈아타며 승객들과 신경전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승용차를 굴리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기름값 보험료 수리비... 매달 4-50만원이 승용차때문에 사라진다. 승용차가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 싸 돌아다니게 되고 그 때마다 발생하는 비용 역시 적지 않다. 이동통신 즉, 휴대폰이 생겼다. 누구나 어디서나 통화할 수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휴대폰이 필수품이다. 가정마다 4-5대씩 전화기가 있다. 물론 집 전화는 따로 있다. 휴대폰이 없으면 불편하다. 그 많던 공중전화는 어느 틈엔가 거리에서 사라졌고 생활의 중심도 휴대폰.. 더보기
1995년 새해 맞이 950102 새해 맞이 새해 들어 내가 제일 처음 해야 했던 일은 은비와 은별이를 잠재우는 일이었다. 송구영신 예배를 보러 간 아내를 대신해 은비 은별이를 칭얼대지 않게 재워야 한다. 은비는 올해 다섯 살이 되고 은별이는 네 살이 된다. 때 마침 현실이 이모가 혁균이와 함께 만수동에 와있는데다 아빠까지 일찍 집에 돌아오니 녀석들은 무척 기분이 좋은 듯했다. 소리를 꽥꽥 지르며 안방 건넌방 뛰어 다니고 책을 꺼내 어지르고... 여느 때와는 달리 자정이 다 되도록 잘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현정이와 이모는 혁균이를 안은 채 서둘러 교회로 갔고 아이들 재우는 일은 고스란히 내 몫이 되었다. 은비가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하품을 하고 눈을 두어 번 껌뻑대더니 어느새 잠에 떨어졌다. 하지만 은별이 놈은 사정이 다.. 더보기
1100208 봄동산에 웃음꽃이 활짝피면... 무릉도원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복숭아 꽃이 아닌 자두 꽃이 만발한 대곡리 언덕의 과수원을 먼저 떠 올렸었지. 가이사 중학교에서 운동장 쪽으로 멀리 내다보면 보이던 곳. 거기 과수원 길을 함께 걷고 싶었지. 결국엔 상상하는 것만으로 그쳤지만... 아직도 나는 동화같은 꿈을 꾸고 있지. 뒷동산은 온통 과수원으로 만들어 봄에는 앵두와 살구, 여름엔 복숭아와 자두, 가을엔 사과와 포도, 그리고 겨울엔 딸기와 토마토를 따 먹을 수 있게 할 테야. 동산 마루에 흙벽돌로 움막을 짓고 풀꽃 향기에 취해 잠들고 산새 소리에 잠깰 테야. 지붕은 다래덩굴로 덮고 담장은 머루넝쿨로 두를 테야. 으름나무로 대문을 삼고 장독대 위로는 밤나무가 무성하게 할 테야. 구부정하게 500m쯤 오솔길을 내고 사계절 꽃이 피게 할.. 더보기
110129 친구의 격에 대하여. 세상에 똑 같은 게 어디 있습니까? 사람 마음이 아침에 다르고 오후에 다르듯이 어제의 바람과 오늘의 바람이 다르듯이... 쌍둥이도 습관이나 취향이 다르듯이... 어느것 하나 똑같은 것은 없습니다. 친구 역시 마찬가집니다. 30년전의 샛별 친구가 오늘 만난 샛별 동기와 같지 않습니다. 남남이 돼버린 친구도 있고 친구라고하기엔 이미 틈이 너무 많이 벌어진 친구도 있습니다. 친구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친구의 격에 대하여. 남이 돼버린 친구- 이름조차 가물가물해 진 친구. 남이나 다름없는 친구- 학교를 졸업한 뒤 단 한번도 만나지 못한 친구. 애매모호한 친구- 한번 서먹해지고 나서는 10년 이상 연락이 없는 친구. 그래도 친구- 1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한데 "다음에 만나면 식사나 같이 하자"고 말하는 친구... 더보기
찔레 꽃 같은 내 소꿉친구 나물 뜯으러 뒷동산에 오를 때 슬며시 내밀던 찔레 순. 친구는 순수하고 가녀렸다. 찔레순 처럼. 꺾인 순이 다시 자라 가지가 되고 허리 춤에는 뾰족 가시가 돋았다. 가시에 찔린 나를 달래려 친구는 오뉴월에 꽃을 달았다. 하얀 꽃을 송글송글 매달고 수줍게 웃었다. 태풍과 장마가 휩쓸고 간 진골 계곡에서 짙 푸른 여름을 견뎠다. 먼 동네 총각에게 시집 간 뒤 친구는 모질게 억척스럽게 살았다. 가을 햇살은 찔레나무 가지 끝에서 바알갛게 영글었다. 말캉하고 쭈그렁한 찔레 열매 달착지근하고 쌉살하다. 세상을 달관한 듯 오묘한 맛이다. 주름진 이마 위로 흰머리 쓸어 올리며 늦가을 산밭머리에서 친구는 찔레꽃처럼 웃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