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102 새해 맞이
새해 들어 내가 제일 처음 해야 했던 일은
은비와 은별이를 잠재우는 일이었다.
송구영신 예배를 보러 간 아내를 대신해
은비 은별이를 칭얼대지 않게 재워야 한다.
은비는 올해 다섯 살이 되고 은별이는 네 살이 된다.
때 마침 현실이 이모가 혁균이와 함께 만수동에 와있는데다
아빠까지 일찍 집에 돌아오니
녀석들은 무척 기분이 좋은 듯했다.
소리를 꽥꽥 지르며 안방 건넌방 뛰어 다니고
책을 꺼내 어지르고...
여느 때와는 달리 자정이 다 되도록 잘 낌새를 보이지 않는다.
현정이와 이모는 혁균이를 안은 채 서둘러 교회로 갔고
아이들 재우는 일은 고스란히 내 몫이 되었다.
은비가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하품을 하고 눈을 두어 번 껌뻑대더니 어느새 잠에 떨어졌다.
하지만 은별이 놈은 사정이 다르다.
새해가 시작된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그림책을 넘기면서 "아빠, 뭐야?"를 연발한다.
시계 바늘이 재깍거리며 아래 위로 팔을 쫙 벌리고 있다.
"안되겠다, 억지로 라도 재워야지."
책을 덮고 슬그머니 껴안았다.
앙탈을 가라앉히려면 등을 토닥이며 안방 건넌방으로 서성대야 한다.
그러나 녀석은 잘 생각이 없다.
여전히 웅얼거리며 아빠 얼굴을 빤히 쳐다볼 뿐이다.
이러다 혹 엄마 생각나서 칭얼대면 어쩌나?
뒤통수를 살짝 밀어서 내 왼 가슴에 녀석의 오른 뺨을 밀착시켰다.
네 살이라고는 하지만 12월16일에 태어났기 때문에
은별이는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셈이다.
기저귀 신세를 벗어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다.
꿈틀거림이 줄었다.
하품도 한 차례.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자리에 눕히는 일이 남아있다.
잠을 깨지 않도록 정성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움직임에 아주 민감한 녀석이라
천천히, 그리고 살며시
요 위에 눕혀야만 한다.
우선 무릎을 꿇고 서서히 허리를 굽힌 뒤
가슴팍에서 은별이를 떼어내는 순간...
녀석이 눈을 번쩍 뜬다.
"아이쿠! 울면 안되는데..."
다행히도 다시 눈을 스르르 감는다.
조금 더 품고 있다가 자리에 눕히려니
내 몸에서 자기를 분리하기만 하면
눈을 번쩍 뜨고 입을 삐죽거린다.
하는 수 없이 녀석을 안은 채 자리에 누웠다.
반듯하게 누운 내 배위에 은별이가 엎어져 자는 격이다.
새근 새근...
함께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으앙! 엄마아~"
곤히 자는 줄 알았던 은별이 녀석,
어느 새 일어나 엄마를 찾으면서 운다.
잠에 취한 건 오히려 나.
비실비실 일어나 은별이를 안고 등을 토닥였다.
"엄만 교회 갔잖아, 아빠하고 코~ 자자."
그런데 이게 웬 날 벼락.
츄리닝 사타구니가 따끈따끈해 지더니
녀석의 울음이 딱 그쳤다.
냉큼 일어나 요강에 은별이를 앉혔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내 배위에다 이불위에다
오줌을 다 싸고 난 뒤였다.
이게 바로 95년 섣달 초하룻날
새벽 0시50분쯤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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