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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일기

120823 가볍고 단촐하게 살자

요즘 세상 참 복잡하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휴대폰도 많고 말썽도 많고...

세상만 복잡한 게 아니다.

사람들의 생각이나 계산도 복잡하다.

 

여의도에서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한 친구.

"난 일주일에 3-4일은 술을 마셔야 해.

마시기 싫어도 마셔야 하지. 방송사 간부들하고..."

사실 그 친구는 요즘 걸핏하면

경찰서에 불려 간다.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자막광고 또는 PPL(노출광고)를 해주기로 하고

스폰서로 부터 제작비를 미리 받아 쓴 것이 화근이다.

방송사 간부들하고 매일 같이 술을 마시면서도

스폰서에게 약속한대로 방송프로그램을 

방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미리 받아 제작비로 썼는데 

방송영상을 제작하지 못했거나

광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지난해에만 10여 건에 달한다고 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입안이 모두 헐어 있다.

 

노원역에서 음식점 체인사업을 또 다른 친구.

이 친구 역시 요즘 삶이 복잡하고 고달프다.

저지르거나 벌이고 보는 즉흥적인 성격 때문에

제법 잘 나가던 사업체가 부도를 냈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에게서 문득 전화가 왔다.

"갈라 섰다. 요즘 나 외롭다..."

단골 선술집에서 막걸리 두어 잔  건네자

그가 털어놓은 사연인 즉,

사업체 부도와 부하 직원들의 배신으로 전 재산을 잃은 것은 물론

가정도 깨지고 꿈도 의욕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게 내가 뭐래. 차근차근 정리하는 게 나을 꺼 라고 했잖아."

"맞아, 그때 네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지지난해 여름, 친구의 부탁으로 나는

친구회사의 홍보 영상물을 만들어 준 적이 있다.

40여 명의 직원들과 세미나도 하고 수련회도 가고

친구의 회사는 승승장구하는 것 같았다.

영상물을 완성해서 납품하던 날.

친구는 내게 3개월짜리 어음을 내밀었다.

"나는 한번도 어음 거래를 해 본적이 없는데..."

내가 마뜩해 하자 친구는 대뜸 나를 사무실 지하에 있는 

술집으로 데려 가더니...

"나 요즘 많이 힘들다. 도대체 자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난해 우리가 120억원 쯤  매출을 냈는데 왜 이렇게 쪼들리는지 모르겠다."

친구는 음식점체인 사업이 잘되자

노래방 사업, 스크린 골프장 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고 했다.

그 날도 사무실에서 쪽잠을 잤다고 했다.

"사업도  가정도 복잡하게 하지 마라.

노래방, 골프장 사업을 정리하고 본업인 음식점 사업에만 전념해라.

회사 재정이나 직원도 줄이는 게 나을 것 같다."

어음을 받아들면서 내가 친구에게 건넸던 말이다.

 

요즘 세상, 편리하기는 하지만 사는 것은 깨나 복잡하다.

몇 억짜리 아파트, 승용차, 컴퓨터, 휴대폰...

예전엔 없었던 문명의 소품들이

어느새 우리 생활의 중심을 차지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갖추고 살아야 잘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승용차 컴퓨터 DSLR카메라 피에스피 노트패드 스마트폰...

이 많은 기기들을 운용하려면 유지비 통신비가 필요하다.

4인 가정을 기준으로 적어도 월 100만원은 여기에 써야 한다.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가 많으면 많을 수록

몸은 편해지지만 마음은 불편해지게 마련이다.

휴대폰이 생기면서 공중전화 박스앞에서 줄을 서는 불편은 사라졌지만

과도한 통신비, 보이스피싱, 강박관념 같은 걱정거리가 늘었다.

여기에다 아파트 대출금, 자녀 학자금, 사무실 임대료 등등...

정말 머리 아프다. 

부부가 밤낮없이 벌어도 모자란다.

투잡, 쓰리잡을 해도 가족을 건사하지 못하는 가장들도 많다.

빚을 내서 근근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신문방송에서는 하우스 푸어니 워킹 푸어니

무책임하게 떠들어대지만 당사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빚지고 사는 인생이 얼마나 괴롭고 고달픈지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이렇게 살아보면 어떨까?

많이 벌어 더 많이 쓰는 방식보다 적당히 벌고 적게 쓰는 방식을 택하자.

승용차 휴대폰 컴퓨터...이런 것들을 없애버리자.

불편할 뿐이지 승용차가 없다해서 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싹으리 없애기 힘들다면 우선 줄이자.

방마다 여러 대 있던 컴터나 노트북을 한대로 줄이고

노트패드나 피에스피, 게임기 같은 소모성 오락성 문명기기들을 우선 치우자.

휴대폰도 월 사용료가 많이 나가는 스마트폰에서

기본 기능만 있는 피처폰으로 되바꾸자.

사실 스마트폰의 그 많은 기능들이 과연 모두에게 필요한 것일까?

스팸전화 카톡스트레스 게임중독...

뭐 그런 것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아파트 담보대출 때문에 앞으로도 수년동안

적자 생활에 쪼들릴 수 밖에 없다면 아파트를 포기하자.

위성도시나 시골, 아니면 임대주택으로 옮기자.

대중교통수단으로 먼길을 출퇴근해야하는 불편이 따르겠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적자 생활에서 헤어나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월말만 되면 낼 돈 줄 돈 때문에 마음 졸이고

부부간에 말다툼하던 일들이 우선 사라질 것이다.

 

사업이나 대인 관계를 단촐하게 정리하자.

한가지 일만해서는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세가지 일을 벌여 놓고 있었다면 한가지 일을 접고

남은 두가지 일에 수익성을 높히면 되는 것.

사업상의 대인관계 역시 단촐하게 정리하자.

이제껏 2-3년 실속이 없었다면

더 이상 미련을 갖지말고 거래관계를 일단락 짓자.

사업상 필요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가입했던 친목모임들도

이제부턴 꼭 필요한 모임에만 참여하도록 하자.

이렇듯 사업에서 곁가지를 쳐내고 대인관계를 정리하고 나면

저녁에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 시간을 가정과 자신을 위해 쓰자.

온 가족이 저녁을 같이 먹고 영화구경도 하고 산책도 즐기고...

책 읽고 여행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하루 일과 중에서 행복하게 보내는 시간을 늘리자.

"일 땜에 선약이 있어..."라며

절친들의 모임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그 불행했던 과거에서 이젠 벗어나자.

 

행복은 욕심에 반비례 한다고 했다.

욕심이 많으면 많을수록 불행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고

욕심을 줄이면 줄일수록 행복해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

무겁고 복잡하게 살기보다는

가볍고 단촐하게 살자고.

우리 그러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