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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일기

120708 너랑나랑 사랑 아리랑...

 

 

 

우선 <너랑 나랑>이란 말이생각 난다.

어렸을 적엔 걸핏하면 친구들에게 썼었던 말인데

요즘엔 여간해선 쓰지 않는 말이다.

단둘이 만나기도 어렵거니와

어른스럽지 않은 말이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사랑>도 <랑>자가 포함된 좋은 말이다.

사랑, 사랑해...이런 말을 하루에 몇 번이나 할까?

나는 왜 이 말에 가식이나 간지러움 같은 느낌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사랑>이라는 말을 나는 <연인이 된 남녀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어렸을 적에 단정지었던 것 같다.

자애하다. 어여삐여기다. 측은하게 생각하다. 좋아하다...

뭐 그런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은데 나는

연애하다.

특별한 감정으로 널 좋아하다.

그런 의미로 내 머릿속에 각인한 것 같다.

<사랑한다>고 선뜻 말 할 수 없는 이유다.

 

가식이나 간지러움을 느낀다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별히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니

<사랑한다>고 가볍게 말하는 이를 보면

뭔가 가식적이라고 느끼게 되는 거 겠지.

그러나 요즘엔 나도 생각이 쬐금 바뀌었다.

가족들에게 만큼은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내 아내와 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기도 하거니와

<무뚝뚝한 아버지>가 되느니

<가볍고 간지러운 아빠>가 되자고 애시당초 맘을 고쳐먹었기 때문이다.

 

<아리랑>이라는 전통민요에서도 <랑>자는

독특한 매력을 더한다.

아리꽝 아리캉 아리멍 아리장...

뭐 좀 어색하지 않은가?

국어에 <ㄹ>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일본말 히라가나 가다가나에는 <ㄹ>발음이 없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은 항상 혀가 짧다는 평판을 듣고 살았다.

아리랑에 포함된 두개의 <ㄹ>자는

우리 말의 우수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지표라고나 할까.

특히 <랑>은 혀를 굴리기 쉬운 말로

다른 글자 뒤에 붙여 쓰면 그 느낌이 새로워 진다.

 

결혼한 여자들이 자주 쓰는 <신랑>이라는 말도

정겨운 단어 가운데 하나다.

<우리 신랑은요...>

이런 말이 동원되는 대화를 조근조근 들어보면

<우리 집에는 내가 사랑하는 남편이 있는데

그 남편이란 작자가 이러저러할 때는 몹시 밉고 망측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신랑을 험 잡으면서도 은근한 자랑이 섞여 있다.

나는 부부간의 이런 감정을 사랑하는 마음의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좋고 싫은 감정을 단계적으로 표현하면

치가 떨릴정도로 싫다.(증오한다)

몹시 싫다.

싫어한다.

안 좋아한다.

좋아한다.

아주 좋아한다.

사랑한다.(존경한다)

사랑하지만 밉기도 하다.

 

<사랑하지만 밉기도 하다>는 감정은

부부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여기서 미운 감정이 사랑하는 감정을 억누를 정도만 아니라면

부부는 분명 <금슬좋은 부부>일 꺼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하는 마음을 억누를 정도로 미워하는 감정이 넘치기 전에

부부는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야 한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