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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일기

100907 5분짜증

송내역에서 헐레벌떡 신도림행 전철을 줏어 탔는데
아 글씨 요놈이 신도림까지는 안가고 구로역에서
운행을 그만한다네...
중간치기 역인 개봉역에 내려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데
5분을 기다려도 오지를 않네.
슬그머니 짜증이 나더라.
나는 이걸 5분 짜증이라 부른다.
짜증이 늘었다는 건 세상살이가 쬐매 힘들다는 얘긴 거 알지?
느지막히 도착한 열차엔 사람들이 초만원이다.
목적지에 늦게 도착하고 짐짝처럼 구겨진 채 가야 하고...
이거 뭔가 손해보는 느낌.
둘 중에 하나는 해결됐어야 하는 거 아닌감.
세 정거장만 가면 신도림 역이니
그냥 짐짝 처럼 가자.

등 떠밀려 신도림역에 내리니
이번엔 환승계단이 무척 복잡하다.
공익요원들이 통로를 확보하느라 무진 애를 쓴다.
사실 내가 개봉역에서 5분 짜증을 낸 건
바로 이같은 상황때문이다.
전철이 조금 지연되면
만원 전철, 만원환승, 또 만원 전철...
뭐 이런식으로 사람들에 휩싸여 출근하게 된다. 

환승계단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 내려가길 기다리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사람들도 나와 같이
"사람 많은 것에 짜증이 날까?"
"이 사람들도 나를 단순히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로 생각하겠지?"
"단지 귀찮고 짜증나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이런 곳에선 사람이 사람이기 보단
그냥 귀찮은 존재일 뿐이지.
마음이 없고 관심이 없고 그저 무심한 견제의 대상일 뿐이지...
군중 속에서 느끼는 고독이란 이런 것일 꺼야. 
그런데 이런 와중에 친구와 마주친다면 어떨까?
짜증이 누그러지고 금방 마음이 따듯해 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