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내리면
툇마루에 걸터앉아 끝도 없는 상념에 잠기곤 했었지.
봉당끝에 대디미돌 아래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내년 이맘때면 내가 중학생이 되어 있을까.
아부지는 병을 이기고 일어나실까.
엄마는 비맞으면서 산밭에서 일하고 계시겠지...
난 어려서부터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애.
난 초저녁 잠이 많아서
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곤했는데
이따끔씩 먼동이 틀 때
개미데미께 들판으로 산책을 나가곤 했었다.
어스름한 논두렁을 걷고 있노라면
뜸북이가 텅벙대며 길동무가 돼 주기도 했고
뒷동산에선 쏙독새가 쏙독거리며
아침이 어서 밝아오기를 재촉했었지...
오늘처럼 억수같이 비가 내리면
한적한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서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듣고 싶어진다.
오만가지 잡생각 일지라도
긴긴 상념에 잠기고 싶어진다.
엘리사벳, 축축한 장마철이 시작됐다.
하지만 마음만은 뽀송뽀송하게
잘 지내거라. 행복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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