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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05 엄마의 편지 우물가 배나무에서 매미소리 요란할 때 어머님이 채마 밭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 오셨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머리를 감쌌던 수건을 벗으시더니 "종선아! 연필하고 편지지 가지고 이리 나와 봐라." 하신다. 텃밭에 나가 같이 김을 매자는 소리는 아니니 다행이다. "알았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지난 봄 미군부대에서 얻어 온 노란색 두루마리를 선반에서 내렸다. 두루마리를 돌려 종이를 두뼘 정도 잡아 뺀 다음 30cm짜리 대나무 자를 눌렀다. 그 끄트머리가 시꺼멓게 탄 쪽에서 부터 종이를 잡아당겨 잘라 냈다. 그리고는 연필을 챙겨 마루로 나왔다. "지금부터 에미가 부르는 대로 받아 써라." "예, 빨랑 불러요." 이미 서너 차례 어머니의 편지를 대필했던 경험이 있었던 터, 나는 냉큼 연필 끝에 침을 뭍혔다. ".. 더보기
090615 오징어물총 fX3ZrL2ge10K7Nm33zhQpMmTxil 주르륵 쏴아 뜰채가 수족관을 휘젓는다. 꾸르륵 피융 꾸르륵 피융 오징어들 기겁을 하며 이리저리 달아난다. 그 중에 한 마리 뜰채에 걸렸다. 꾸르륵 찌익 물총을 쏘아대며 몸부림 친다. 도마 위에서 싹뚝 허리 잘린다. 다리는 바둥바둥 지느러민 파르르 초 고추장에 잘린 다리 내어 주며 오징어는 도마 위에 눈을 빼놓고 그렁그렁 눈물 흘린다. 더보기
080418 속도를 좀 늦춰 보세요 경인전철로 출퇴근 하는 나는 이따금씩 송내역에서 고민에 빠집니다. 급행열차를 탈까? 완행열차를 탈까? 급행은 도중에 몇몇 정거장을 서지 않고 통과하기 때문에 여의도까지 출근 시간을 15분 정도 단축시켜 줍니다. 하지만 만원 전철에서 한 30여 분 사람에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야하지요. 정거장에 설 때마다 무지막지하게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과도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여야 하구요. 늘 카메라 가방을 메고 타야 하는 나로서는 이런 신경전이 여간 괴로운 게 아닙니다. 어떤 날은 승객들이 하도 많아서 카메라 가방을 선반에 올리지도 못합니다. 카메라가 혹시 승객들 틈바구니에서 부서지지 않을까 걱정할 때도 있지요. 하지만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15분 정도 절약(?)하려면 그 정도의 불편은 감내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