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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일기

110120 세상에서 가장 허망한 꿈


새로 구입한 승용차를

여친에게 자랑하기로 했다.

람보르기니 라벤톤.

문짝이 자동으로 여닫히는

아주 날렵하게 생긴 이태리산 명차다.

대략 13억원 정도 지불한 것 같다.

전 세계에 20여대 밖에 없다고 하니

그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까르띠에 가방을 든 늘씬 미녀가

에르메스 스카프를 휘날리며

람보르기니를 발견하자 씨익 미소를 날린다.

마릴린을 닮은 러시아 출신의 여친.

운전석 왼쪽에서 세번째 버튼을 눌렀다.

마치 날개를 펴듯 문짝이 스르르 하늘로 들렸다가

미녀를 태우고는 자동으로 닫힌다.

 

잠시후 람보르기니는

나폴리 해변을 미끄러지듯 달린다.

따사로운 봄볕아래

지중해의 쪽빛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클로스투유 라는 카펜터스의 노래가

차안을 가득 채운다.

 

람보르기니는 지중해 바닷가를 40분쯤 달려서

동쪽 나폴리에 있는 로메오 호텔에 도착 했다.

와인 두 잔을 유리 탁자에 얹은 채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테라스에 마주 앉았다.

짙은 보랏빛 와인이

나폴리 앞바다의 파란 하늘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샤또 드 벨레, 그중에서도 '뀌베 바론 지'라는 와인이다.

 

선물상자 두개를 슬그머니 탁자에 올렸다.

앙증맞은 빨간색이다.

시계와 반지.

시계는 바쉐론 콘스탄틴.

1775년 스위스에서 처음 만들어진 명품시계다.

반지는 티파니의 블루사파이어링.

나폴리 바다를 닮은 푸른색 사파이어가

12개나 박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