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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일기

101020 춘마 D-4


10km를 달리려고 8시 정각에 5k출발선을 통과했다.
달리자마자 아랫배가 묵직하다.
어제 저녁에 마신 막걸리 탓이다.
계속 달릴 수가 없었다.
집에 들어와서 설사 비스무리한 대변을 보고
책상앞에 눌러 앉았다.

어제 오후 4시쯤
친구에게서 문자메세지가 왔다.
"저녁에 막걸리나 한 잔 할까?"
한참을 망설였다.
춘마를 며칠 앞두고 술을 마신다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네가 당산동으로 오면 난 바로 퇴근할 수 있다."
결국 술자리 제의를 거절하지 못했다.
벌써 몇 차례 약속을 물렸었기 때문이다.

당산빈대떡에 자리잡고 앉자마자
친구에게 말했다.
"나 요즘 술 마시면 안되는데..."
"왜, 무슨 보약이라도 먹는 거냐?"
술자리에 불러 놓고 왠 술맛 떨어지게 하는 소리냐고
반문하는 친구에게
"낼 모레 춘천에 가서 마라톤을 완주해야 하거든."
하고 사정을 말했다.
"오잉! 마라톤을 완주 한다고?"
사실 술자리 초반에
마라톤이니 컨디션 조절이니 얘기를 꺼낸 것은
나 자신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일요일 춘마 완주가 사실상 어려울 수도 있다.
지난 번 인천대교 마라톤 때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던가?

막걸리 3병 수준에서
술자리를 마감한 건 천만다행이다.
좋은 친구와 좋은 술자리...
마라톤을 위해 참는 게 옳다.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술을 깨고
친구와 헤어졌다.
"맛있는 거 사갈까?"
고3인 딸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송내역에서 타코야끼를 샀다.
먹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11시쯤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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