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 외딴집에
한겨울 까만 밤이 잦아들면
하얀 눈이 사각거리며
밤새도록 앞마당에 내렸어요.
화롯가 등잔불이 이따금씩 나풀거리고
그때마다 울타리로
겨울 바람이 쌔앵 지나갔어요.
아랫말로 일하러 가신 엄마는
돌아올 시간 아직 멀었는데
족제비는 돌담에 기대어 울고
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선잠끝에 어렴풋이
모퉁이집 검둥개 짖을 때
내 가슴은 뛰기 시작했지요.
머지 않아 앞마당에 들어설
반가운 기침소리.
가슴에 품어온 보리밥 한그릇
언 목구멍으로 되삼킬 때
눈물자욱 메만지며 살포시 안아주시던 엄마가
하염없이 그리운 밤이었습니다.
새벽녘 찬바람에
마당가 오줌발이 시리고
건넌들 달려 온 아침기운이
어느 새 굴뚝위로
긴 꼬리를 치켜세웁니다.
산마을 외딴 집에는
눈만내리면 다녀가는
배고픈 발자욱들이 많았지요.
산토끼 너구리 고슴도치.
동고비 오목눈이 곤줄박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슬그머니 다녀간 발자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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