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벌태봉이란 넓은(?)동네로 나아가
상색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오른 쪽 가슴에 손수건과 이름표를 달고...
한 두어달 쯤 지났을까.
친구들 사이에 서열다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너, 재 이겨?"
"안 싸워 봤는데..."
"난 재 이겨. 너 나한테 까불면 쥑~여"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면서
개미데미 사는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다음날 오후,
방첩대 시멘트 담벼락 아래서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어제 나를 위협했던 개미데미 그 친구랑
양태봉 살던 친구(지금은 목사임)랑...
사실 그 싸움은 시작할 때 이미
개미데미 친구가 진 싸움이었습니다.
갱골에 코찔지리도(지금은 아파트 관리소장)
너린내에 호랭이도(지금은 실 공장 사장임)
주먹을 불끈 쥔 채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양태봉 친구가 혹시 질꺼 같으면
개미데미 친구에게
같이 덤벼들 기세로 말입니다.
"야... 우리 신사답게 놓고치기로 하자."
"좋아... 덤벼..."
와락
후다닥
펑펑
아이쿠...
휘리릭~
의외로 승부는 쉽게 났습니다.
이래저래 세가 불리한 걸 눈치 챈 개미데미 친구가
줄행랑을 쳤던 것입니다.
싸움이란 게 어쩌면
시작할 때 이미
승부가 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업도 그렇고
오늘 벌여야할 협상도 그렇고...
사전에 얼마나 내 편을 많이 만들었느냐
아니면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느냐
뭐 그런 걸로 말입니다.
보고싶습니다.
개미데미 친구도 그렇고
목사님도 그렇고...
관리소장님도 그렇고...
실 가게 사장님도 그렇고...
친구야 힘들지?
막걸리 한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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