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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일기

110505 친구와 계절을 잊고 사는 삶

내게도 이젠 남아있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지금 오늘의 이 시간 씀씀이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자꾸만 곱씹게 됩니다.
나는 요즘 여의도의 한 라디오방송에서
여러가지 잡다한 일에 휩쓸려 삽니다.
그래서 올해는 봄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고 지납니다.
친구들에게서도 잠시 멀어져
까페도 이따끔씩 바람지나듯 들리고
절친들과의 술자리도 뜸해졌습니다.
이게 단지 잡다한 일에 휩쓸려서 그런 것이기에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잡다한 일들은 나를 결코 행복하게 만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가평에서 고교동기동창 모임이 있었습니다.
절친들 몇몇이 전화해서 같이 가자고 종용했지만
나는 거기에 갈 수 없었습니다.
그날 노동자대회가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있었는데
저희 라디오에서 그것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해야 했기 때문이죠.
사실 여러가지 사정이 불안정해서
노동자대회가 열리기 전날부터 노심초사했지요.
현장에 나가서 인터넷 선을 끌어내고 시험 송출을 해보고...
하지만 대회 당일 사정이 급변해서
인터넷 생중계가 원활치 못했습니다.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갔고 행사가 진행되는 2시간 내내
허둥지둥 갈팡질팡했습니다.
결국 생중계는 실패했습니다.
2시간반에 걸친 행사 중 생방송이 정상적으로 송출된 것은
불과 40여분 정도였으니까요.
실패의 원인은 몇가지로 압축됩니다.
제가 인터넷 생방송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실패 원인이구요.
두번째는 형편없는 인터넷 생중계 관련 장비들...
인터넷 랜선으로 부터 무대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서
무선 중계를 시작했는데 초반에는 잘 잡히던 와이브로가
40여분쯤 지나면서 자꾸 끊기기 시작해
결국 생중계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았습니다.
우리 장비(제노 티로그인)로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데
한국노총 간부들이 가지고 나온 노트북으로는
인터넷이 잘 연결되는 것이 오히려 나를 자극했습니다.
집에 있던 개인 노트북까지 동원했지만
현장에서 인터넷에 연결되는 티로그인은 단 한개 뿐이니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하지만 그것마저도 1시간쯤 지나자 노트북 배터리가 바닥나서
결국엔 생중계 의지를 꺽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장황한 실패담이 오늘 글의 요지는 아닙니다.
그렇게 허둥지둥 갈팡질팡 하는 통에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과도한 체력을 썼습니다.
그날따라 황사가 심해서 외출을 자제하라는 일기예보까지 있었는데
중계 장비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몸살이 덜컥 찾아왔습니다.
열나고 목이 깔깔하고 가래가 끓고
가슴을 쥐어 짜는 듯한 기침도 나고...
이렇게도 참담한 실패가 또 어디있겠습니까?
회사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알량한 책임의식 때문에
개인 장비를 동원해서 사전 점검까지 하고
몇명되지도 않는 직원들 독려해서 최선을 다해
생중계에 나섰지만...
생중계는 생중계 대로 못하고
직원들 위로한다고 내 돈으로 점심 사주고 술 사주고...
게다가 몸까지 망쳤으니...

어떤 이는 적응통이라고 말합니다.
마눌은 내 요즘 생활이 어떻다는 걸 눈치 챘는지
"그 회사가 좋은 것은 도대체 뭐야?"라며 다그칩니다.
글쎄요...
어쨌거나 일 때문이든 돈 때문이든
마음의 여유없이 산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적당히 쉬면서 뒤도 한번 돌아보고
물 한모금 마시면서  하늘도 한번 쳐다보고...
그래야 뭐 살맛이 나는 것이지
밤낮 일에 쫓기고 돈에 시달리고...
그렇게 보낼 시간이 이젠 많지 않습니다.
후회가 남는 시간을 보내서는 안됩니다.
이제 부터라도 보람이 남고 행복해지는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일이라면 보람이 남는 일이어야 하고
일에서 벗어나면 행복하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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