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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일기

110401 만나고 얘기나누고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설레임도 있고 기대감도 있고.

아마도 이런 만남이 좋을 꺼라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가볍고 행복한 만남이 있는가하면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만남도 있습니다.

친구들이나 친척들,

아니면 부담없는 옛 동료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것.

홀가분하고도 행복한 만남일 것입니다.

갑과 을의 관계가 분명한 사업상의 만남.

음침하고 부당한 거래가 오가는 만남.

이런 것들은 껄끄럽고 곤혹스런 만남일 것입니다.

 

어떤 만남이냐에 따라

대화의 내용과 품질이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가볍고 부담없는 만남이라면

당연히 행복한 추억담이나 유쾌한 무용담이

화제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구요.

껄끄러운 만남이라면

논리 정연함 또는 유식함으로 포장된 깃털같은 화제들이

지루하게 반복되겠지요.

속셈이 드러나고 타산이 맞부디치고

술수와 억지가 오락가락 하면서 말입니다.

 

대화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만나는 상대에 따라 대화의 종류도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속셈이 부디치는 대화.

말과 말이 부디치는 대화.

지식과 정보가 통하는 대화.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

영혼이 통하는 대화.

 

가장 저급한 대화는 속셈이 부디치는 대화입니다.

속셈이 통해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면 모를까.

이해득실을 가려야 하는 대화는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만들기도 합니다.

 

말과 말이 부디치는 대화도

좋은 대화는 아닙니다.

수많은 말들이 오고가긴 하지만

공중에서 서로 부디쳐 사라질 뿐

그 중에 어느 하나도 마음으로 스며들지 않습니다.

가벼운 농담이 오가고

알맹이 없는 얘기들이 공중에 떠다니는 대화.

부담 스럽지는 않지만 실속이 없는 만남일 때

이런 대화들이 많이 오갑니다.

 

대화를 통해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때도 있습니다.

만나서 부터 헤어질 때까지 오로지 지식과 정보, 철학과 소신,

뭐 그런 것들에 대해서만 열정적으로 얘기합니다.

다분히 작위적이지만 품격있는 대화 중에 하납니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

한동안 두터운 정을 쌓았던 사람을 만났을 때

진정으로 묻고 싶은 말들이 있습니다.

관심과 애정이 포함돼 있는 말들입니다.

예를 들자면 "한동안 어떻게 지냈냐?"

"요즘 무슨 일로 즐겁냐, 괴로우냐?"

뭐 그런 종류의 대화입니다.

이심전심, 응원하고 격려하고 공감하고...

 

영혼이 통하는 대화.

다분히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개념입니다.

굳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영혼이 맑은 사람들은

마주 앉는 것만으로도 통하는 게 많다고 합니다.

실은 저도 경험해 보지 못한 대화입니다.

하지만 30년 이상 같이 살아온 금슬좋은 부부.

혹은 30년 40년 꾸준한 우정을 가꿔온 친구.

뭐 이런 사이라면 영혼이 통화는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람들과 만나서 어떤 대화들을 주로 나누시나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지만

마음을 나누고 지식을 채우고

영감을 공유하는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 않습니다.

직장 일 또는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과는

마음을 채울 수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렵고

친구 또는 동료들과 만남에서는

지식과 정보를 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행복하고 유쾌한 만남.

부족한 2%까지 채울 수 있는 마음이 통하는 대화,

공감하고 소망하는 대화를

많이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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