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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문 일기

110128 내 생일이라고?

밤샘 편집에다 원고 쓰기에 여념이 없는 내게
현정이가 전화를 했다.
"내일 당신 생일인 거 알아?"
물론 모르지요.
난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결혼하고 나서 아내가 챙겨줘야 겨우
"아하, 오늘이 내 생일이구나." 하고  알아차린다.

내 생일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유가 몇가지 있다.
우선은 25일인지 26일인지 불확실하다.
어머니는 25일 새벽에 나를 낳았다면서
"나흘만에 두살이 됐다."고도 하셨다.
"애먼 나이"라고 뇌까리셨다.
나흘만에 두살이 됐다는 말을 분석하면
내 생일은 26일이나 27일이 맞다.
그리고 호적에도 26일로 등록돼 있다.
그것마저도 음력 생일이니 해마다 환산을 해야 한다.
사실 아직까지도 내 생일은 모호하다.
하지만 내가 생일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시기적인 문제가 더 크다.
며칠만 지나면 설이 닥친다.
가난한 소작농이었던 아버지는
명절 직전에 끼어있는 막내 아들의 생일을
단 한번도 챙길 여유가 없었다.
어머니 또한 내가 20살이 되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 해에 나를 찾아오셔서
"오늘이 네 생일이다."라고 처음으로 말씀하셨다.
그날 어머니와 함께 충무로에서 외식을 했다.
처음으로 내 생일을 기념한 셈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25년전 2월1일에 돌아가셨다.
음력으로 따지면 12월23일이다.
그래서 25년 전 부터는
어머님 제사를 음력으로 동짓달 22일에 지낸다.
내 생일 보다 3일 빠른 셈이다.
어머니 기일과 설.
그 사이에 끼인 내 생일.
참으로 애매모호한 생일이다.
형제지간에는 내 생일을 어쩌구저쩌구 하는 게
무척 곤란한 입장이다.
그래서 난 내 생일 챙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포기한 것이 맞다.
하지만 결혼한 뒤에는
현정이가 꼬박 꼬박 챙겨준다.
고마운 일이다.

내가 태어난 날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1960년 1월 23일 또는 24일이 된다.
만으로 51년을 꽉 채운 셈이다.
살아온 날을 계산하면
오늘이 18,634일째 되는 날이다.
50이 넘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남겨져 있는 날이 그렇게 많지않다는 걸
암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에 노예가 되지는 말자.
무엇이 중요하고 시급한지
그리고 어떤일에 우선을 두어야 할지
이미 잘알고 있지 않나.
우선해야할 중요한 일부터
착실하게 추진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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