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상가에서 큼지막한 박스를 얻어다가
비둘기 집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들 눈에 되도록이면 띄지 않도록
덮개를 만들고 대신 숨구멍을 옆다구니에 뚫렀습니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흙을 좀 뿌렸습니다.
모래를 담은 접시에 빗물을 담아서 오른쪽 구석에 놓고...
이제 비둘기를 옮겨서 입주시키면 됩니다.
장수천 물가에 가서
적당한 크기의 모래알을 화분에 담아왔습니다.
쌀알과 섞어서 비둘기에게 주려고요.
초등학생 시절에 비둘기를 길러 본 경험이 있습니다.
둥지에서 떨어진 어린 산비둘기였는데요.
오래된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비둘기는 모이주머니가 있기 때문에
먹이와 모래를 적당히 섞어서 먹여야 합니다.
쌀알과 모래를 섞어서
상자 바닥에 뿌렸습니다.
비둘기는 일단 새 집에 잘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한 시간전에 뿌려 준 쌀알을 몽땅 줏어 먹었고요.
덮개를 살짝 들춘 나를 빠안히 쳐다 봅니다.
경계심도 좀 누그러진 것 같고요.
하지만 대자연에서
마음껏 날개짓하며 사는 것 만큼이야 하겠습니까?
측은한 마음,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내가 너를 가뒀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날개 꺽인 너를 폭우속에 내버려 두면
아마도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것만 같았어...."
그러나 이것도 다만 내 생각이지
비둘기의 생각은 아니지 않습니까?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는지
저녁때 부터 비가 또 내립니다.
마눌과 함께 우산을 쓰고 수퍼마켓에 다녀오면서
비둘기를 잡아 둔 일이
어쩜 잘한 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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