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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21 비오는 날의 잡생각 오늘은 참 글쓰기 좋은 날이다. 일이 없는 토요일인데다 꼭 가야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제법 기운 센 봄비가 온 마을을 적시고 있기 때문이다. 일과 외출의 부담을 떨쳐냈으니 차분하게 책상머리에 붙어 앉아 글이나 써야 겠다. 나들이를 계획했던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이 빗발치는 대공원 길. 한적해서 오히려 난 좋다. 우산을 받쳐 들고 빗물 흥건한 황톳길을 골라 밟으며 천천히 걷는 즐거움. 비둘기는 벚나무 가지에 앉아 그윽하게 울고 흐드러진 벚꽃은 봄비를 머금고 배시시 웃는다. 시쳇말로 분위기 쥑인다. 무릇 시인이라면 흥에 겨워 시 한 수 읊조릴만하다. 그만한 실력이 없는 나로서는 그냥 중얼대는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향해 나긋나긋 고백하기도 하고 잘 들어줄 것 같은 누군가를 생각하며 조근조.. 더보기
내 마음에 흐르는 강 내 마음에 흐르는 강 초록 박 종 선 두밀 새밀 골짜기를 쫄래쫄래 나선 어설픈 강. 마실 가 듯 흐느적거리며 샛 두밀 한산모루로 이어지던 강. 12굽이 대금산 계곡을 돌아 살강베르 바위벼랑에서 마침내 호랑이를 떨쳐낸 강. 밤벌아래 사슴목장을 지나 소풍나온 꼬맹이들 가슴속으로 흐르던 강. 영호네 쇠다리를 머리에 이고 흥주네 돌다리를 옆구리에 차고 미영네 낭떠러지 텃밭을 야금야금 훑으며 중뽀대로 달리던 강. 밤 메기 우글거리던 웅렬네 방천을 돌아 콸콸 우당탕 벌태봉 한복판으로 흐르던 강. 시작종 소리 땡땡 거리는 봇도랑을 따라 상색초등학교로 달리던 강. 어린 맘 풍덩거리는 뒷개울을 지나 밤나무 아래로 펑퍼짐하게 흐르던 강. 기름종개 빠가사리 보듬고 방첩대 여울을 건너 은이네 선희네 빨래터로 물안개를 띄우던 .. 더보기
만만한 게 홍어 좆? 이번 글은 '거시기'에 관한 것이다. '거시기'는 성기(性器)를 뜻할 때가 많다. 이 글의 그 '거시기'는 '홍어좆'이다. 남도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로 '만만한 게 홍어좆'이 있다. 나는 과격한 사람은 아니지만, 글과 말의 뜻과 어감을 충분히 살리려면 '거시기'의 대상을 그대로 쓰는 것이 최상이라는 생각이다. 이번에 홍어이야기를 쓴다는 얘기를 듣던 나주시 조준식 홍보팀장은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홍어좆에 관한 정설을 알려달라'고 했다. 평소 궁금했던 모양이다. '왜 홍어좆이 만만한 것인가'에 대한 답이 이 글의 종착역이다. 홍어 수컷이다. 양쪽에 ‘거시기’가 달렸고, 가운데 꼬리가 달렸다. 김주영의 소설 '홍어'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너네 아버지 별명이 왜 홍언지 알아? 홍어는 한 몸에 자지가 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