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2일 일요일 오후 1시 반...
창밖엔 여전히 구름 가득한 초가을 하늘이 걸려 있고
방안엔 이따끔씩 서늘한 바람이 휘돌아 나간다.
아파트 현관에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 요란한데
어느 집에서 빈대떡을 부치는지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지난 3월부터 창가에 붙이기 시작한 일과점검표가
드나드는 바람을 시샘하 듯 펄럭인다.
초록색은 운동한 시간,
파란색은 일한 시간,
빨간색은 술 마신 시간...
점검표가 울긋불긋 할수록 일과가 엉망이었다는 얘긴데
다행히도 지난 달엔 빨간 줄 표시가 두번 밖에 없다.
몇 개월전 이천 도자기축제때
현장에서 우연히 마주 친 후배가 즉흥적으로 그려 준 내 캐리커쳐.
그 녀석이 웃으며 나를 내려다 본다.
이천에서 돌아오자 마자 책상머리 왼쪽 벽에 붙인 것인데
요즘엔 그 녀석이 늘 나를 감시한다.
책상은 오늘도 너저분하다.
몇 년 전부터 쌓이기 시작한 CD가 줄잡아 천여 장쯤 널부러져 있고
책상 오른쪽 구석은 여전히 스탠드와 녹음기가 차지하고 있다.
"왜 이렇게 망설일까? 시간은 자꾸가는데..."
녹음기를 떠난 옛 노래가 귓전에 맴돈다.
책상엔 제법 큼지막한 연필꽂이가 있지만
볼펜이며 형광펜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굴러 다닌다.
유난히도 필기구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볼펜 종류는 20여 가지가 넘고
타임지에서 선물 받은 4B연필과 망가진 만년필까지
입 넓은 필통을 가득 채웠다.
어디 그 뿐이랴 책상 밑엔 일기장들이 수두룩하다.
세월의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주인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그 놈의 주인은 요즘 뭣이 그리 바쁜지 일기장엔 눈길조차 건네지 않는다.
얼마 전 베란다 창고에서 꺼낼 때만해도
빗물에 젖고 곰팡이가 쓸어서 너저분 했었는데
요 며칠 땡볕에 제법 빳빳해졌다.
하지만 77년 부터 83년 까지의 일기장은 여전히 너덜너덜하다.
그 위에 얹혀 있는 86년도 일기장...
중간 쯤에 한페이지를 읽어 보면 이렇다.
"9월24일 20:29...
아시안 게임에서 우리 팀이 오늘 대단한 개가를 올렸다.
체조와 사격에선 금메달을 세 개나 따냈고
탁구에서도 우리 팀이 중공을 누르고 우승했다.
시종일관 아슬아슬한 접전 끝에 이룩한 승리여서 그 감격이 더했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더니...
시상대에 올라 선 우리 선수들의 얼굴이 태극기와 겹쳐지며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얼마나 감격스런 순간인가?
내게도 저런 영광이 한번 쯤은 찾아 올까?..."
하지만 20여 년 세월이 후다닥 지나고
내게 남겨진 건 일기장 몇 권이 고작이다.
딱히 기억에 남는 일도,
가슴 벅찬 영광도 없었다.
누군가 내 20여년 세월을 싹뚝 잘라 가 버린 느낌이다.
욕심이 좀 과한 거겠지?
운동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을 위해
적어도 10년은 피땀흘려 매진한다는데
난 무얼위해 내 모든 걸 다 바쳤던가?
지금 난 시간의 굴레에 갇혀 있다.
인사동으로 촬영을 나가야 하는데
"날씨도 꾸리꾸리한데 오늘 촬영은 그냥 접지?"
'마음 속의 또 다른 나'가 자꾸 나를 주저 앉힌다.
배는 고픈데 교회간 아내는 두시가 넘도록 돌아오질 않고
아이들은 학원으로 바로 간 모양이다.
혼자 점심을 챙겨 먹어야 할까보다.
창밖엔 여전히 구름 가득한 초가을 하늘이 걸려 있고
방안엔 이따끔씩 서늘한 바람이 휘돌아 나간다.
아파트 현관에서 아이들 떠드는 소리 요란한데
어느 집에서 빈대떡을 부치는지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지난 3월부터 창가에 붙이기 시작한 일과점검표가
드나드는 바람을 시샘하 듯 펄럭인다.
초록색은 운동한 시간,
파란색은 일한 시간,
빨간색은 술 마신 시간...
점검표가 울긋불긋 할수록 일과가 엉망이었다는 얘긴데
다행히도 지난 달엔 빨간 줄 표시가 두번 밖에 없다.
몇 개월전 이천 도자기축제때
현장에서 우연히 마주 친 후배가 즉흥적으로 그려 준 내 캐리커쳐.
그 녀석이 웃으며 나를 내려다 본다.
이천에서 돌아오자 마자 책상머리 왼쪽 벽에 붙인 것인데
요즘엔 그 녀석이 늘 나를 감시한다.
책상은 오늘도 너저분하다.
몇 년 전부터 쌓이기 시작한 CD가 줄잡아 천여 장쯤 널부러져 있고
책상 오른쪽 구석은 여전히 스탠드와 녹음기가 차지하고 있다.
"왜 이렇게 망설일까? 시간은 자꾸가는데..."
녹음기를 떠난 옛 노래가 귓전에 맴돈다.
책상엔 제법 큼지막한 연필꽂이가 있지만
볼펜이며 형광펜 같은 것들이 여기저기 굴러 다닌다.
유난히도 필기구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볼펜 종류는 20여 가지가 넘고
타임지에서 선물 받은 4B연필과 망가진 만년필까지
입 넓은 필통을 가득 채웠다.
어디 그 뿐이랴 책상 밑엔 일기장들이 수두룩하다.
세월의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주인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그 놈의 주인은 요즘 뭣이 그리 바쁜지 일기장엔 눈길조차 건네지 않는다.
얼마 전 베란다 창고에서 꺼낼 때만해도
빗물에 젖고 곰팡이가 쓸어서 너저분 했었는데
요 며칠 땡볕에 제법 빳빳해졌다.
하지만 77년 부터 83년 까지의 일기장은 여전히 너덜너덜하다.
그 위에 얹혀 있는 86년도 일기장...
중간 쯤에 한페이지를 읽어 보면 이렇다.
"9월24일 20:29...
아시안 게임에서 우리 팀이 오늘 대단한 개가를 올렸다.
체조와 사격에선 금메달을 세 개나 따냈고
탁구에서도 우리 팀이 중공을 누르고 우승했다.
시종일관 아슬아슬한 접전 끝에 이룩한 승리여서 그 감격이 더했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더니...
시상대에 올라 선 우리 선수들의 얼굴이 태극기와 겹쳐지며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얼마나 감격스런 순간인가?
내게도 저런 영광이 한번 쯤은 찾아 올까?..."
하지만 20여 년 세월이 후다닥 지나고
내게 남겨진 건 일기장 몇 권이 고작이다.
딱히 기억에 남는 일도,
가슴 벅찬 영광도 없었다.
누군가 내 20여년 세월을 싹뚝 잘라 가 버린 느낌이다.
욕심이 좀 과한 거겠지?
운동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을 위해
적어도 10년은 피땀흘려 매진한다는데
난 무얼위해 내 모든 걸 다 바쳤던가?
지금 난 시간의 굴레에 갇혀 있다.
인사동으로 촬영을 나가야 하는데
"날씨도 꾸리꾸리한데 오늘 촬영은 그냥 접지?"
'마음 속의 또 다른 나'가 자꾸 나를 주저 앉힌다.
배는 고픈데 교회간 아내는 두시가 넘도록 돌아오질 않고
아이들은 학원으로 바로 간 모양이다.
혼자 점심을 챙겨 먹어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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