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아버지 썸네일형 리스트형 070905 엄마의 편지 우물가 배나무에서 매미소리 요란할 때 어머님이 채마 밭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 오셨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머리를 감쌌던 수건을 벗으시더니 "종선아! 연필하고 편지지 가지고 이리 나와 봐라." 하신다. 텃밭에 나가 같이 김을 매자는 소리는 아니니 다행이다. "알았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지난 봄 미군부대에서 얻어 온 노란색 두루마리를 선반에서 내렸다. 두루마리를 돌려 종이를 두뼘 정도 잡아 뺀 다음 30cm짜리 대나무 자를 눌렀다. 그 끄트머리가 시꺼멓게 탄 쪽에서 부터 종이를 잡아당겨 잘라 냈다. 그리고는 연필을 챙겨 마루로 나왔다. "지금부터 에미가 부르는 대로 받아 써라." "예, 빨랑 불러요." 이미 서너 차례 어머니의 편지를 대필했던 경험이 있었던 터, 나는 냉큼 연필 끝에 침을 뭍혔다.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