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썸네일형 리스트형 찔레 꽃 같은 내 소꿉친구 나물 뜯으러 뒷동산에 오를 때 슬며시 내밀던 찔레 순. 친구는 순수하고 가녀렸다. 찔레순 처럼. 꺾인 순이 다시 자라 가지가 되고 허리 춤에는 뾰족 가시가 돋았다. 가시에 찔린 나를 달래려 친구는 오뉴월에 꽃을 달았다. 하얀 꽃을 송글송글 매달고 수줍게 웃었다. 태풍과 장마가 휩쓸고 간 진골 계곡에서 짙 푸른 여름을 견뎠다. 먼 동네 총각에게 시집 간 뒤 친구는 모질게 억척스럽게 살았다. 가을 햇살은 찔레나무 가지 끝에서 바알갛게 영글었다. 말캉하고 쭈그렁한 찔레 열매 달착지근하고 쌉살하다. 세상을 달관한 듯 오묘한 맛이다. 주름진 이마 위로 흰머리 쓸어 올리며 늦가을 산밭머리에서 친구는 찔레꽃처럼 웃고 있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