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예능 프로그램으로 최고 시청율을 자랑하는 <1박2일>에서
강호동이 그만둔다고 해서 인터넷이 떠들썩 하다.
게다가 오늘 아침엔 1박2일 전담 제작해 왔던 나영석PD마저
종편행을 사실상 확정지었다는 소식도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1박2일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과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우려했던 종편전쟁의 본 무대가 시작된 셈이다.
조중동을 필두로하는 종합편성채널이
기존 지상파 3사의 핵심인물들을 빼내가면서
거액의 이적료(?)를 제시했다고 한다.
이것이 무엇을 예고하느냐 하면
지상파 방송의 무한 경쟁을 촉진시키고
공존상생이 아닌 공멸의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전조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송종사자들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극명해 질 것이다.
번듯한 직장에서 넉넉한 제작비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PD,
언제 망할지 모르는 외주 프로덕션에서 일주일 2-3편씩
허겁지겁 땜빵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마이너리티 PD.
전자와 후자의 연봉차이는 이제
종편채널의 출범을 계기로 수백배가 됐다.
그나마 PD들을 조금 나은 편이다.
유명 연예인들의 몸값은 더 얼마나 치솟을까?
30억+알파?
참으로 입이 떡 벌어지는 이적료다.
유명 MC들의 회당 출연료가 수천만원대에서
수억원대로 뛸날도 머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박이다.
연예인을 꿈꾸는 어린 청소년들이 전체의 70%에 육박한다는
말이 나돌법하다.
헌데 방송 프로그램이 유명연예인 한 사람만의 힘으로
제작되는 것이 아니다.
PD는 물론이고 카메라맨도 있어야하고 작가도 필요하다.
녹화 현장에서 조명탑 설치하고 전력선 깔아야 하는
오디오맨이나 조명보조도 있어야 한다.
하루 15시간씩을 방송제작 현장에서 동분서주하지만
한달 월급이 고작 8-90만원에 불과한 오디오맨이나 조명보조 일꾼들.
출연자들보다 훨씬 이른 시간부터 방송을 준비하고
또 출연자들이 모두 떠난 뒤에도 장비수습하고 밤새워 가편집해야 하는
엔지니어들이나 조연출자들.
수천배의 일당을 받아가는 유명 연예인들이
이들 마음에는 어떻게 받아들여 질까?
단지 연예인들의 출연료를 감당하기에도 버거워진
예능프로그램의 제작비.
하지만 종편채널의 시장 참여로
광고료는 오히려 낮아질 게 분명하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여기저기 저울질해 볼만하기 때문이다.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광고료는 줄어 들고
지상파 방송사들의 피튀기는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했다.
이들의 무한경쟁이 프로그램을 품격 경쟁으로 이어진다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은 품격높은 프로그램을 골라 볼 수 있게 되니까.
하지만 방송평론가들 상당수가
이같은 장미빛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광고 유치를 위해 시청율 경쟁은 불가피하며
시청율은 프로그램의 품격과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종편 무한경쟁시대의 우리 방송은
더욱 감각적이고 즉흥적이며, 선정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종편무한경쟁 시대는 언제 끝날 것인가?
아마도 새로 선정된 종편 채널 중에 하나나 둘이 살아남고
기존의 지상파 방송사 들중에서
한 두개 채널이 문을 닫는 때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결국 시장 구성원이 하나 또는 둘 교체되는 시점에서
방송사들이 공멸을 피하기 위해 타협하게 되지 않을까.
상대적 박탈감이랄까. 시기심이랄까.
누구는 수 십억을 받고 이적한다는 데
나는 고작 수십만원짜리 일감을 찾아 굼주린하이에나 처럼
오늘도 여기저기 기웃거려야 한다.
비단 나뿐이겠는가?
얼마나 많은 방송종사자들이 허탈감에 빠져 있을까?
이 땅의 가련한 마이너리티들이여!
분발하고 분노하여라.
상하수평 이동을 가로막고 있는 이 엄연한 장벽앞에서
통곡해야 한다.
답답한 이 가슴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분발해야 한다.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