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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30 오두막 편지(법정/이레)

초록발자국 2011. 1. 30. 20:41
시간밖에서 살다

사람이 시계를 발명한 이래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여 사회생활에 여러가지로
보탬이 된 것은 지난 역사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한편, 시계에 의존하면서부터 사람들은
늘 시간에 쫒기면서 살아야 하는 폐단도 있다.
먹고 싶지 않아도 식사 시간이 되었으니 먹게 되고
잠이 오지 않는데도 잘 시간이 되었으니 잠자리에 들게 된다.
시곗바늘에 조종 당하면서 삶을 이루고 있다.
시계가 멎고 시간을 알리는 라디오의 기능이 쉬게 되자,
나는 비로소 시간 밖에서 살 수 있었다.

우리는 시계를 들여다 보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무가치하게 낭비하고 있는가?
아직도 몇분이 남았다고 하면서, 또는 시간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하면서
일없이 아까운 시간을 쏟아 버린다.
성공한 사람들은 남들과 똑같은 하루 24시간을 살면서도
짜투리 시간을 유용하게 쓸 줄안다.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에 팔리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그 순간순간을 알차게 사는 사람이야말로
시간밖에서 살 수 있다.


달빛에서도 향기가 나더라

자리에 누웠다가 일어나 창문을 연다.
잠자리에, 베게 위에 달님이 들어 오신다.
달빛을 베고 누워 중천에 떠있는 달을 바라본다.
달도 나를 내려다 본다.
아, 달빛에서도 향기가 난다.
강이나 산, 바람과 달은 정해진 주인이 따로 있지 않다.
마음이 투명하고 한가로운 사람이면 누구나 그 정취를 느릴 수 있다.
이같이 달밤이 없다면
산에 사는 재미는 반감되고 말 것이다.

밤에 꿈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망상과 번뇌가 많다.
수행자는 가진 것이 적듯이
생각도 질박하고 단순해야 한다.
따라서 밤에 꿈이 없어야 한다.
또 수행자는 말이 없는 사람이다.
말이 많은 사람은 생각이 밖으로 흩어져 안으로 여물기회가 없다.
침묵의 미덕이 몸에 배어야 한다.


겨울 채비를 하며

물을 길으러 개울가로 갈 때마다
발치에 유난히 여린 용담이 한 그루 눈에 띄었다.
그때마다 눈여겨보면서
"잘 있었니?"하고 안부를 묻곤했다.
둘레에 많은 용담이 건강하게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는데
그 한 그루만 외떨어져 여리게 올라와 있었다.
나는 어느 날 그 용담한테 두런두런 말을 걸었다.
"아직 네 방을 구경하지 못했는데 문 좀 열어볼래?"
그 이튿날 물을 길러 개울가로 갔더니
마침내  그 용담이 문을 열어 주었다.
희고 가녀린 꽃술이 보였다.
처음으로 본 용담의 꽃술이다.
그 용담은 다른 용담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난 후 까지도
자리를 지키면서 나를 맞아 주었다.
사람의 눈길과 따듯한 관심이
식물의 셰계와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20여년 동안 쌓인 먼지를 가차 없이 털어냈다.
쌓인 먼지들이란 다름이 아니라
이것저것 메모해 둔 종이와 노트와 일기장,
그리고 나라 안팎에서 찍은 사진들을 말한다.
그것들을 필름과 함께 죄다 불태워 버렸다.
버릴 때는 미련없이 버려야 한다.
지금 당장 쓰지 않는 물건들,
그 시효가 이미 지나간 물건들을 아까워하면서 움켜쥐고 있음은
끈질긴 애착이요, 집착이다.
이 애착과 집착이 짐이 되어
우리 삶의 맑은 기운을 가로 막는다.


청빈한 삶, 홀가분한 삶,
그리고 스님께서 말하는 무소유의 삶이란 게
무엇을 말하는 알게 됐다.
느낌이 많은 책 이었다.